지난주 금요일 저녁 여섯 시 반쯤, 상담 마감하려던 참에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위약금 대납해준다고 해서 갈아탔는데, 통장에 한 푼도 안 들어와요."
50대 남자분이셨는데, 목소리에 화가 잔뜩 실려 있었어요.
계약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런 건 없고 통화 녹음만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 저는 이 얘기를 오늘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런 불안,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대납해준다고 했는데 진짜 통장에 들어올까?"
"계약서에 안 적혀 있으면 나중에 발뺌하는 거 아닐까?"
"위약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대납 금액이 맞는 건지 어떻게 확인하지?"
이 세 가지, 상담하면서 정말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답을 제대로 안 해주는 대리점이 생각보다 많아요.
1. 구두 약속이 위험한 진짜 이유
"대납해드릴게요"라는 말, 전화로만 들으면 그냥 말입니다.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어요.
녹음이 있으면 좀 낫지 않냐고요? 있어도 증명이 쉽지 않습니다.
"그 녹음, 정확히 몇 만원이라고 하셨죠?" 물어보면 다들 애매해지시더라고요.
17만원이라고 들었다는 분도 있고, 아니 정확히는 17만 5천원이라고 정정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 계약서에 안 적혀 있으면 그건 약속이 아닙니다.
이 문장, 오늘 글에서 두 번 나올 거예요.
그만큼 중요해서 그렇습니다.
저희끼리는 이걸 "말빚"이라고 부릅니다.
말로만 진 빚은, 안타깝게도 안 갚아도 아무도 뭐라 안 하거든요.
2. 정상적인 대납은 반드시 이 한 줄에 남습니다
저희는 위약금 대납이 확정되면, 전자계약서 특약사항란에 금액과 지급일을 그대로 박아 넣습니다.
"위약금 대납 32만원, 개통 후 7일 이내 지급"처럼 숫자로 딱 남기는 거예요.
이게 있고 없고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이 한 줄이 있으면 통신사 민원실에서 바로 처리가 돼요.
없으면 그야말로 말싸움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자계약서라고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
사인만 남아 있으면 종이 계약서랑 법적 효력이 똑같아요.
문제는 특약사항란에 아무것도 안 적고 그냥 서명만 받는 대리점이 여전히 있다는 겁니다.
"바빠서 그냥 대충 넘어갔어요"라고 하시는 고객님이 정말 많으세요.
30초면 확인되는 걸 놓쳐서 나중에 몇 십만원 손해 보시는 거, 옆에서 보면 진짜 답답합니다.
여기서 하나 더 헷갈리시는 부분이 있는데, 결합할인이랑 위약금 대납은 완전히 다른 항목입니다.
결합할인은 매달 요금에서 조금씩 빠지는 거고, 대납은 한 번에 목돈으로 돌려받는 거예요.
이 둘을 섞어서 "총 얼마 드릴게요"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대리점은 일단 조심하시는 게 좋습니다.
숫자를 뭉뚱그리면 나중에 어디서 얼마가 빠졌는지 확인 자체가 어려워지거든요.
따로따로 물어보시고, 따로따로 특약사항에 남기시는 게 제일 안전합니다.
3. 전화로 이 질문 하나만 던지세요
복잡하게 따지실 필요 없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하시기 전에 이 한마디만 물어보세요.
"위약금 대납, 계약서 특약사항 몇 번째 줄에 적혀 있나요?"
줄 번호까지 콕 집어서 답하지 못하면, 그 약속은 아직 약속이 아닙니다.
정상적인 대리점은 이 질문에 바로 화면을 보면서 읽어드립니다.
저희도 상담하다 이 질문 받으면 화면 공유해서 그 줄을 직접 짚어드려요.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요.
반대로 "네, 걱정 마세요, 저희 믿으셔도 돼요"라고만 하고 넘어가려 하면, 그건 위험 신호입니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문서로 안 남기는 게 문제인 거예요.
이 한마디로 대납 관련 분쟁의 상당수는 미리 걸러집니다.
= 계약서에 안 적혀 있으면 그건 약속이 아닙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사실 저희도 2016년에 대납 약속을 못 지킬 뻔했습니다
이 얘기는 부끄럽지만 오늘 처음 꺼내봅니다.
2016년 가을이었는데, 저희가 통신사 담당자와 구두로만 대납 예산을 확인하고 고객님께 먼저 약속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정작 정산 시점에 통신사 쪽 담당자가 바뀌면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고객님 통장에는 개통 후 7일이 지나도 돈이 안 들어왔고요.
전화 주셨을 때 목소리가 정말 담담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죄송스러웠습니다.
결국 그 22만원, 저희 사무실 돈으로 먼저 채워 넣었습니다.
통신사 쪽 정산은 그로부터 석 달쯤 뒤에야 처리됐고요.
그날 이후로 대납은 무조건 특약사항에 금액·날짜를 못 박고, 통신사 승인 회신까지 받은 뒤에만 고객님께 확정 안내를 드리기로 규칙을 바꿨습니다.
말이 아니라 문서로 약속하는 습관,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석 달이었어요 ^^;
4. 그래도 안 들어오면 이렇게 하세요
계약서에 금액과 날짜가 명시돼 있는데도 지급이 안 되면, 방법은 있습니다.
먼저 해당 통신사 고객센터에 계약서 사본을 첨부해서 정식 민원을 접수하세요.
그다음에도 해결이 안 되면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센터(국번없이 1335)에 신고하시면 됩니다.
계약서에 남은 한 줄이 이때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문서로 남기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민원 접수하실 때는 계약서 사본과 함께 통화 녹음이나 문자 캡처도 같이 첨부하시면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보통 접수 후 2주 안에는 답변이 옵니다.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시면 저희한테 전화 주셔도 돼요.
저희가 대신 대리점 자격이나 통신사 담당 부서를 찾아드리는 것 정도는 무료로 도와드립니다.
어느 대리점에서 계약하셨든 상관없이 상담만 받으셔도 됩니다.
마무리하며
말로 하는 약속은 편하고 빠르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거나 부정당합니다.
저희도 2016년 그 일을 겪고 나서야 이걸 뼈저리게 알았고요.
지금은 대납이든 사은품이든, 숫자 하나까지 전자계약서에 남기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번거로워 보여도 그 한 줄이 결국 고객님과 저희 모두를 지켜줍니다.
우리는 조금 더 꼼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부터도 그렇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약서에 뭘 확인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으시면 언제든 사진 찍어서 문의 주세요, 무료로 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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