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 42분, 취소하고 싶다는 고객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청한 지 13일째인데 어제 그 대리점에서 '이미 철회 기간 지났다'고 하네요."
계산해 보니 명백히 잘못된 답이었습니다.
설치기사도 아직 안 왔다고 하셨거든요.
이런 식으로 날짜를 슬쩍 속이는 경우, 15년 하면서 참 많이 봤습니다.
이런 불안,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신청한 지 며칠 됐는데 벌써 철회 기간이 지난 걸까?"
"설치기사가 왔다 갔으니 이제 못 무르는 거 아닐까?"
"괜히 우겼다가 위약금까지 물게 되는 거 아닐까?"
이 세 가지, 취소 문의 오시는 분들이 정말 자주 여쭤보세요.
그런데 정확한 계산법을 알려주는 곳이 의외로 드물더라고요.
1. "이미 늦었다"는 그 계산,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제일 흔한 수법은 기산일을 슬쩍 바꿔치기하는 겁니다.
정상적으로는 계약서를 받은 날, 또는 서비스가 개시된 날 중 늦은 날부터 14일을 세는 게 원칙이에요.
그런데 일부 대리점은 최초 전화 상담일이나 신청 접수일부터 세서 날짜를 앞당깁니다.
그렇게 하면 실제로는 아직 6일밖에 안 지났는데 "13일 지났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숫자 하나 슬쩍 바꾸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권리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셈입니다.
= 기산일을 안 알려주면 그 "이미 늦었다"는 말은 믿지 마세요.
이 문장, 오늘 글에서 두 번 나옵니다.
그만큼 자주 쓰이는 수법이라서 그래요.
저희끼리는 이걸 "날짜 눈속임"이라고 부릅니다.
법 조항 안 대고 그냥 "지났어요"라고만 말하면 일단 의심하셔야 합니다.
2. 정확한 14일 계산법, 이렇게 세시면 됩니다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기간은 계약서를 받은 날과 서비스 개시일 중 늦은 날부터 14일입니다.
초일은 세지 않고 다음 날부터 셉니다. 이게 은근히 헷갈리는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계약서를 3일에 받으셨으면 4일부터 첫날로 세시면 됩니다.
14일째 되는 날이 공휴일이면 그다음 평일까지 자동으로 연장됩니다.
설치기사가 이미 다녀갔어도, 14일 안이면 원상복구 조건으로 철회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다만 사은품을 이미 받으셨다면 반환하셔야 하는 게 원칙입니다.
그 부분만 빼면 위약금 없이 깨끗하게 취소되는 거예요.
"설치했으니 무조건 위약금 나온다"는 말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14일 안이면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청약철회권이 우선한다는 걸 꼭 기억해 두세요.
이 원칙 하나만 아셔도 괜한 위약금 걱정은 덜으실 수 있습니다.
3. 전화로 이 한마디만 물어보세요
복잡하게 따지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늦었다"는 말을 들으시면 딱 이렇게 물어보세요.
"철회 기산일이 정확히 언제부터인가요, 근거 조항도 같이 알려주세요."
날짜와 법 조항을 동시에 답하지 못하면, 그 말은 근거 없는 겁니다.
정상적인 대리점은 전자상거래법 제17조를 근거로 바로 계산해서 알려드립니다.
저희도 이 질문 받으면 계약서 수령일을 화면으로 짚어가며 계산해 드립니다.
숨길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요.
= 기산일을 안 알려주면 그 "이미 늦었다"는 말은 믿지 마세요. 조항까지 물어보세요.
간단하죠.
이 한마디로 부당한 취소 거부의 상당수는 그 자리에서 뒤집힙니다.
2011년, 저희도 날짜를 잘못 계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얘기도 오늘 처음 꺼내봅니다.
2011년, 개업한 지 3년쯤 됐을 때였는데, 신입이던 제가 초일을 포함해서 날짜를 세는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는 아직 하루가 남은 고객님께 "철회 기간 지나셨다"고 잘못 안내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고객님이 며칠 뒤 소비자원에 문의하고 나서야 저희 계산이 틀렸다는 걸 알았어요.
전화드려서 사과드리고 바로 위약금 없이 취소 처리해 드렸습니다.
그 뒤로 취소 문의가 오면 계약서 수령일부터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어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헷갈릴 때는 달력 앱을 열어서 직접 세어봐요.
15년째 이 일을 해도 날짜 계산은 매번 다시 확인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실수가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배웠거든요.
그날 이후로 저희 사무실엔 철회 기산일 계산 체크리스트가 벽에 붙어 있습니다 ^^;
4. 그래도 거부하면 이렇게 하세요
날짜와 조항을 물어봐도 계속 취소를 거부하면, 다음 단계로 가시면 됩니다.
먼저 계약서 수령일이 찍힌 자료(문자·이메일·서명일)를 챙겨서 공정거래위원회(국번없이 1372, 소비자원 연계)에 신고하세요.
통신 관련 분쟁이면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센터(1335)도 함께 접수하시면 처리가 빨라집니다.
계약서 수령일 증빙 하나만 있으면 이 싸움은 사실상 끝난 겁니다.
그래서 계약서는 받으신 날짜까지 꼭 사진으로 남겨두시라고 말씀드려요.
마무리하며
"이미 늦었다"는 그 한마디, 숫자만 살짝 바꾸면 누구나 쉽게 지어낼 수 있습니다.
저도 2011년 그 실수를 하고 나서야, 날짜 하나가 사람 마음을 얼마나 무겁게 하는지 알았습니다.
지금은 취소 문의가 오면 제일 먼저 계약서 수령일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소비자분들도 그 날짜, 계약하신 순간부터 꼭 기록해 두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조금 더 정확하게 셈할 필요가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소하고 싶은데 날짜 계산이 헷갈리신다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계산만 도와드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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